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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나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us>

구찌루 2019. 10. 30. 17:03

+) 커뮤니케이션 관련 수업을 들으면 항상 첫과제는 자기소개서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맨날 시킨다. 쓸 때는 개찌질하고 너무 노골적이라 좀 부끄러웠는데

다시보니까 재밌어서 올림

 

 

나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us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소개서를 열 번은 넘게 써 봤을 터인데 어찌 쓰면 쓸 수록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만 늘어가는 것 같다. 해가 지날 때마다 업데이트 되는 좋아하는 것, 신념, 취미 등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일은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나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장 괴로운 점은 우리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점이다. 태생이 아웃사이더인지라 성향은 독립적이고 내성적인데 관계를 지향하니 삶이 고달파 죽겠다. 끊임 없이 상대방이 기분이 어떤지 눈치보고, 화가 나거나 불만이 있어도 갈등이 생기는게 무서워서 참아버리고 이것들이 쌓여서 터지면 질질 짜면서 엄마한테 화풀이하고 그렇게 산다. 정말 찌질하기 그지없다. 내가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상대를 실망시켰다고 느끼거나 나를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생각이 들면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자괴감이 들고 불안하며, 패닉상태가 찾아온다. 상대방이 나에게 별 생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러니 자연스레 자기표현도 잘 못하고 회피를 일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가장 큰 미션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작은 것부터 표현하고 있는데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나도 나인 것을 부정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난 상당히 모순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런 찌질한 면모가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모른다. 오래 알고 지낸 몇 명, 혹은 눈치가 엄청 빠른 사람들 정도만 안다. 왠만한 일은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들의 눈치는 안 보는 편이라 얕게 들여다보면 쿨한사람처럼 보이기도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내가 정말 웃기고 말이 많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나의 재능이기도하지만 그만큼 사회적 맥락을 쉴 새 없이 살피고 아 이러면 웃겠구나 짐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말이 많은 것은 1초라도 정적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무 얘기나 막 하는 것에 가깝다. 타고난 성향은 멜랑꼴리한데 유쾌한 사람이라 평가받고, 쿨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찌질이고 말이 많은 줄 알았는데 어색한 것이 싫어서 떠든거라니 영화라면 과한 반전으로 망했을 법 하다. 안 입체적인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난 입체적인 사람이다.

 

 넌 어떤 사람이야?” 라는 질문 다음으로 난감한 질문으론 어떻게 살고 싶어?”가 있는데 난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내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로도 자유롭고 싶고,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여러 역할이나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하는 것들에서부터 자유롭고 싶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이유가 떠밀려서, 남들이 옳다고 하니까 누군가가 원하기 때문에는 아니었으면 한다. 바라는 것, 마음 가는 것만 하고 살아도 모자란 인생인데 남 눈치 보고 사회적인 시선에 얽매여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한다면 죽기 전에 아쉬워서 펑펑 울 것이다. 남들이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도 없는데 내 마음도 내 맘대로 안 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하늘에 계신 누군가는 맹목적으로 믿는데 나 자신을 그렇게 못 믿어줄건 뭔가 인생에서 모든 과정은 종착지로 가는 길에 찍는 도트같은 것이다. 그 도트들은 떨어져 있지만 소실점은 같기에 결국 한 군데로 모여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줄 것이다.

 

눈이 내렸을 때 아무런 발자국도 없는 새하얀 눈을 밟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내 발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 작은 구역에 개척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새하얀 눈을 밟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눈 아래 바늘이 있을지 개똥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재미있어지는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순수한 바람인가? 모르겠다. 내가 아직 어려서 낭만에 취해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안정적이게 남들이 다 하는건 이유가 있어서 다 하는거다. 라는 마인드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근데 사실 성격상 남들 다 하는거 따라서 하는건 못 견딘다. 재미도 없고 성취감도 없다. 확실히 돈 벌기는 그른 팔자인 것 같긴 하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 하려고 드는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돈하고 거리가 좀 멀다.) 아무리 인생이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라고 할지언정 인생은 아름답다. 인간의 삶은 7 70곱의 겹을 벗겨도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고로 알 수 없는 것은 신비롭고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가 인생에 대해 다 안다면 살아갈 이유가 뭐 있겠는가.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너무 힘든 날에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지만 1년 뒤, 10년뒤 수십년 뒤에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한다고해도 입신양명하고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이럴 정도의 원대한 포부는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 일이자 곧 취미인 것을 하면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맛있는 것을 해주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발길이 닿는데 까지는 행복하고 편안한 기운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아직은 미래에 대해 이것저것 고민이 많은 나이다. 하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구승희